독후감

‘우울’동굴에서 길을 잃은 그대여, 이제 출구를 찾자!

서리나 2021. 8. 8. 16:51

‘우울’동굴에서 길을 잃은 그대여, 이제 출구를 찾자!

-부제: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2017년을 제외하고는 15년 동안 자살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10만 명당 26.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100명 중 5.2명이 지난 1년 동안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10~30대 사망원인 1위, 40대~50대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울은 대개 삶의 이유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왜 사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우울’동굴 안에서 ‘삶의 이유’라는 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때 우연히 유시민 작가가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등을 나름대로 해석한 내용이 담겨있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이 책은 나를 출구로 데려다 주었고, 삶의 방향까지 알려주었다. 이런 점에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혹시 당신도 '우울’동굴에서 출구를 찾을 수 없어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동굴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누군가를 위해, 본 글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깨닫게 해준 ‘동굴 출구를 찾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

다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악의적으로’ 발췌한 문장이다. “인간은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실 때마다 한 걸음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간다.” “우리는 늘 어디엔가 부딪치고 누구에겐가 상처받으며 살아간다. 남들은 다 잘 해나가는데 나만 헤매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마음이 온통 폐허가 되어,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충동에 휩쓸리기도 한다.” “삶에는 끝이 있다. 지금 존재하는 것은 머지않아 모두 스러지고 망각된다. 인생은 헛되다. 아무렇게나 살면 되지, 어떻게 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이러한 생각들은 우리를 ‘우울’동굴 안으로 끌고 가서, 다시 나올 수 없도록 가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고 살아있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으므로 출구를 찾기 힘들고 길을 잃기 쉽다. 나 역시 동굴에서 길을 잃어버렸었다.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동굴에서는 아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출구를 찾은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곧 다가오는 겨울에는 갓 구워져 김이 폴폴 나는 슈크림 붕어빵을 먹어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질리도록 들었던 캐럴을 이번에도 들어야 한다. 봄에는 흩날리는 벚꽃 밑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치킨을 먹어야 한다. 여름에는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바다를 보러 가야 한다.

출구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삶에 꼭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삶의 이유는 남들이 보기에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는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며 중요한 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어차피 죽기 때문에 허무함을 느끼며 슬퍼할 것이 아니라, 어차피 죽으니까 남은 삶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즐기면 된다.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구매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놀이공원이 밤 10시가 되면 폐장한다는 이유로, 아침 9시부터 아무 기구도 타지 않거나 그냥 집에 가버리는 사람은 없다. 놀이공원에서는 최대한 많이 즐기는 것이 미덕이다. 꼭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말이다. 앞서 ‘악의적으로’ 발췌한 문장들도 같은 맥락이다. 유시민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삶이 허무한 게 아니다. 영생은 삶을 시간의 제약에서 해방시킨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따라서 그대가 지금 ‘우울’동굴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껴진다면, 그 때문에 삶을 끝내고자 한다면, “왜 자살하지 않느냐”라는 카뮈의 물음에 나름의 답을 찾아 동굴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슈크림 붕어빵처럼 보잘것없어 보여도 괜찮다. 오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서 살아보자. 내일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살아보자.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숙명에 좌절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미리 굴복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레 겁먹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나’에 집중해서 즐겨보자. 그렇게 하루하루를 즐기다 보면, 당신은 어느새 ‘우울’동굴 출구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우울’동굴에서 나와서 놀이공원으로 가자. 놀이공원이 폐장하기 전까지 최대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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